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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자체가 한국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니지만, 막상 한국에서 직접 이사를 해보니 꽤 한국답다고 느껴지는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이삿짐 업체가 거의 모든 짐을 직접 포장하고 다시 정리해주는 것부터, 기존 집 앞에 등장한 거대한 사다리차, 새 집 바닥에 깔린 보호재, 장모님이 집 구석구석에 놓아둔 팥,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소 변경을 위해 주민센터에 다녀오는 것까지 말이죠.

한국에서 이사하는 건 실제로 이런 느낌: 서울에서 보낸 우리의 이삿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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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내와 저는 서울에서 살던 기존 아파트를 떠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이사 자체가 한국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니지만, 막상 한국에서 직접 이사를 해보니 꽤 한국답다고 느껴지는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이삿짐 업체가 거의 모든 짐을 직접 포장하고 다시 정리해주는 것부터, 기존 집 앞에 등장한 거대한 사다리차, 새 집 바닥 전체에 깔린 보호재, 장모님이 집 구석구석에 놓아둔 팥,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소 변경을 위해 주민센터에 다녀오는 것까지 말이죠.

그래서 한국 이사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완벽한 가이드를 쓰기보다는, 우리가 실제로 어떤 식으로 이사를 했는지 그대로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처음 이사를 준비하는 분이라면 대략 어떤 과정인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사 전 기존 집에서 짐을 포장하는 모습

우리는 포장이사를 선택했고,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이사에서는 한국에서 말하는 포장이사를 이용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풀서비스 이사입니다. 이삿짐 업체가 단순히 가구와 박스를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옮겨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집에서 짐을 포장하고 운반한 뒤, 새 집에서는 다시 짐을 풀고 어느 정도 정리까지 해줍니다.

그리고 여기서 포장해준다는 말은 정말 거의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옷, 주방용품, 책, 가구까지. 직원분들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자신들이 준비해온 박스와 전용 용기에 차례차례 짐을 포장했습니다.

이번 이사에 최종적으로 든 비용은 900,000원이었습니다.

예약할 때 50,000원의 계약금을 먼저 냈고, 이사 비용으로 800,000원을 지불했습니다. 여기에 새 집에서 짐을 내리기 전 약 1시간 30분 정도 대기해야 해서 50,000원을 추가로 지불했습니다.

이 추가 대기 비용은 계약서에는 따로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 경우에는 새 아파트 관리실 담당자가 점심시간으로 자리를 비워서, 돌아올 때까지 이삿짐 반입을 시작할 수 없었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사를 준비한다면 이런 부분도 고려해둘 만합니다. 견적 자체는 고정되어 있어도, 기존 집이나 새 집에서 예상치 못한 대기 시간이 발생하면 추가 비용이 붙을 수 있습니다.

우리 경우에는 약 39㎡ 크기의 집에서 43㎡ 정도 되는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는 테크 관련 장비가 꽤 많고, 특히 신경 써달라고 부탁했던 것이 전동 모션데스크였습니다. 크기도 크고 여러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다 가격도 꽤 비싼 편이라, 이 부분은 조금 더 조심해서 다뤄달라고 따로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정말 조심스럽게 다뤄주셨습니다. 모션데스크뿐만 아니라 다른 가구들도 아주 꼼꼼하게 포장해주셨고, 추가 보호가 필요한 물건들은 이동 전에 제대로 감싸서 옮겼습니다.

이삿짐 업체가 포장한 가구와 짐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새 집에 도착한 이후였습니다.

수십 개의 박스만 내려놓고 며칠 동안 알아서 정리하라고 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짐을 다시 풀어줍니다.

옷은 다시 옷장과 서랍 안으로 들어갔고, 가구도 원하는 위치에 배치해주었습니다. 물건들도 가능한 한 원래 있던 방과 위치를 참고해서 다시 정리해주었습니다.

물론 이삿날이 끝났다고 해서 집이 완벽하게 정리된 것은 아닙니다.

제게는 여전히 이게 남아 있었습니다.

새 자리를 찾아야 하는 테크 책 더미

포장이사도 역시 한계는 있나 봅니다.

그래도 모든 짐을 직접 포장하고 옮긴 뒤 다시 전부 풀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사 과정이 정말 훨씬 편했습니다.

실제 이삿날은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이삿짐 업체는 오전 8시쯤 기존 집에 도착했습니다.

대략 오전 11시쯤에는 짐 포장과 기존 집 정리가 모두 끝났습니다.

우리는 전세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음 한 시간 정도는 실제 이사보다는 계약 종료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대략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부동산에서 전세 계약 종료 관련 서류를 처리하고 전세금을 돌려받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택시를 타고 새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 시간은 약 30분 정도였습니다.

12시 30분쯤 도착했지만, 새 아파트 관리실 담당자가 점심시간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라 오후 1시쯤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후 짐 반입이 가능해지자 이삿짐 직원분들이 모든 짐을 19층까지 올리고, 짐을 풀고, 가구와 물건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작업은 대략 오후 3시쯤 끝났습니다.

실제 이삿짐 업체가 작업한 시간만 계산하면 총 약 5시간 정도였습니다. 오전에는 기존 집에서 약 3시간 동안 포장과 반출을 하고, 오후에는 새 집에서 약 2시간 동안 반입과 정리를 진행했습니다.

거의 모든 짐을 대신 포장해주고, 기존 집에서는 사다리차를 이용해 짐을 내리고, 새 집에서는 19층까지 모든 짐을 올린 뒤 다시 상당 부분 정리까지 해줬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효율적이었습니다.

장모님은 대략 오후 4시쯤 오셨고, 그때부터 집 구석구석에 팥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거대한 사다리차가 왔습니다

한국에서 이사할 때 가장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사다리차입니다.

기존 아파트 앞에 온 사다리차

말 그대로 긴 외부 리프트가 달린 차량으로, 여러 층 위의 창문이나 베란다까지 닿을 수 있습니다.

기존 집은 4층이었기 때문에 사다리차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짐을 전부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옮기는 대신, 창문 쪽으로 설치된 플랫폼에 박스와 가구를 실어서 바로 아래 트럭으로 내려보냈습니다.

반면 새 집은 19층이라 사다리차를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새 집에서는 모든 짐을 건물 내부를 통해 직접 올려야 했습니다.

두 방식의 차이를 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기존 집에서는 우리 물건들이 말 그대로 창문 밖으로 사라졌고, 새 집에서는 다시 훨씬 전통적인 방식으로 건물 내부를 통해 올라왔습니다.

한국의 주거지역을 자주 걸어다녔다면 아마 이런 사다리차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겁니다. 특히 아파트가 많은 동네에서는 이삿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새 집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

이삿짐이 들어오기 전에 직원분들이 먼저 새 집을 보호했습니다.

이삿짐이 들어오기 전 비어 있는 새 집

사람들이 계속 드나들면서 큰 가구를 옮겨도 바닥이 긁히지 않도록 이동 동선에 보호재를 깔았습니다.

새 집 바닥에 깔린 보호재

심지어 제 신발에도 보호 커버를 씌워주었습니다.

새 집 안에서 신었던 신발 보호 커버

이 부분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완전히 비어 있는 새 집 안에서 큰 가구를 계속 옮기고 있었지만, 우리 물건뿐만 아니라 집 자체도 손상되지 않도록 꽤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아침에 했던 작업이 거의 반대로 진행됐습니다.

박스가 들어오고, 가구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옷장이 다시 차기 시작하면서 아침까지만 해도 완전히 비어 있던 집이 조금씩 실제로 우리가 사는 공간처럼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짐이 들어오면서 정리되기 시작한 새 집

그러다 장모님이 집 구석구석에 팥을 놓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 중 어느 순간 장모님이 새 집을 돌아다니며 구석에 마른 팥을 조금씩 놓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새 집 구석에 놓인 마른 팥

저는 처음에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계신 건지 전혀 몰랐습니다.

알아보니 이것은 새 집에서 나쁜 기운을 막고 가족의 평안과 보호를 바라는 한국의 전통적인 액막이 풍습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팥은 오래전부터 벽사, 즉 나쁜 기운이나 해로운 존재를 막는 의미와 연결되어 왔습니다. 팥의 붉은색은 생명력과 양의 기운을 상징한다고 여겨졌고, 동지에 팥죽을 먹는 것처럼 다른 한국의 민간 풍습에서도 팥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사와 관련해서도 집의 방이나 구석에 소량의 팥이나 소금을 두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한국어 글을 찾아봤는데, 여기서는 소금은 정화와 보호를 상징하고 팥은 액운을 막는 의미와 연결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확히 언제, 얼마나,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고정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족이나 세대에 따라 방식도 다르고, 아예 이런 풍습을 하지 않는 가정도 많습니다.

우리 경우에는 장모님이 새 집 구석구석에 마른 팥을 몇 알씩 놓아두셨습니다.

덕분에 우리 새 집에는 이제 액운 방어력 +10 영구 버프가 생겼습니다.

이사 끝나고는 뭘 먹을까?

이삿날에도 역시 음식은 빠질 수 없었습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팥빵을 사오셨는데, 이날 전체 분위기를 생각하면 꽤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습니다.

이사 후 먹은 팥빵

그리고 사실 제가 이삿날 먹을 거라고 예상했던 한국 음식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짜장면입니다.

한국에서는 이삿날과 중국집 배달 음식이 꽤 익숙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유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주방은 아직 정리가 안 되어 있고, 집 전체가 정신없고, 모두 지쳐 있으니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 짜장면이나 짬뽕, 탕수육 같은 음식을 배달시키는 게 훨씬 편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대신 족발을 선택하셨습니다.

이사 후 주문해서 먹은 족발

저는 전혀 불만이 없었습니다.

하루 동안 우리 생활 전체가 한 집에서 다른 집으로 옮겨가는 것을 지켜본 뒤, 새 집 테이블에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 것으로 이삿날을 마무리하는 것도 꽤 좋았습니다.

짐을 다 풀었다고 이사가 완전히 끝나는 건 아닙니다

한국에서 이사할 때는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등록외국인이라면 이사 후 새로운 체류지를 신고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업무를 동네 주민센터에 가서 처리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작성한 외국인 주소 변경 서류

외국인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외국인 체류지변경신고라는 절차입니다.

등록외국인은 새로운 주소로 이사한 뒤 15일 이내에 체류지 변경 신고를 해야 합니다. 현재의 15일 신고 기한은 2020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인인 제 아내는 온라인으로 전입신고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외국인으로 온라인 처리를 시도해봤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제 주소 변경 때문에 주민센터에 가야 했기 때문에, 결국 아내 것도 함께 주민센터에서 직접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제 경우에는 현장 절차가 꽤 간단했습니다.

저는 Residence Card, 즉 외국인등록증을 가져갔고 여권은 따로 보여줄 필요가 없었습니다.

임대차계약서는 제 이름이 아니라 아내 이름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이름이 적힌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는 대신, 아내와 제가 함께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이용해 저도 해당 주소로 이사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서에 본인 이름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체류지 변경 신고를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계약자와의 관계나 같은 세대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다른 서류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체류지 변경 신고에는 별도의 수수료가 없었습니다.

현재 요건은 정부24 외국인 체류지변경신고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사할 때 계속 듣게 되는 또 다른 표현이 전입신고입니다. 한국인 거주자가 이사 후 처리하는 일반적인 주소 이전 절차가 전입신고라면, 등록외국인의 출입국 관련 주소 기록을 변경하는 절차는 정확히는 체류지 변경 신고입니다.

우리처럼 한국인과 외국인 부부가 함께 이사하는 경우에는 각자 필요한 서류와 절차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우리는 같은 주민센터 방문에서 두 사람의 주소 변경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사해본 느낌은?

제가 이사 전에 가장 귀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역시 실제 짐을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집 전체를 포장하고, 비싼 가구와 장비를 옮기고, 서울 안에서 다시 이동한 뒤, 며칠 동안 박스에 둘러싸여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꽤 피곤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포장이사 덕분에 이 부분이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이삿짐 팀은 우리 짐을 꼼꼼하게 포장하고, 가구를 보호하고, 기존 집에서는 사다리차로 짐을 옮겼습니다. 새 집에 도착한 뒤에는 바닥을 보호하고, 다시 짐을 풀고 상당 부분 정리까지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이사 작업 자체는 총 약 5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우리가 직접 정리해야 할 것들은 꽤 남아 있었습니다. 특히 그 책들 말이죠.

그래도 이삿날이 끝날 때쯤에는 이미 꽤 사람 사는 집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효율적인 이사 과정 주변에는, 한국에 살기 전이었다면 아마 별로 생각하지 못했을 작은 요소들이 함께 있었습니다.

아파트 밖에 세워진 사다리차, 새 집 바닥에 깔린 보호재, 조용히 집 구석구석에 등장한 팥, 가족과 함께 먹은 이삿날 음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민센터에서 작성한 주소 변경 서류까지.

이 중 어느 하나만으로 한국의 이사를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한데 모이고 나니, 우리의 이삿날은 꽤 한국다운 하루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저 프로그래밍 책들을 어디에 둘지 정하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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